전기차 산업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충전 방식도 고정형에서 주행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로 인프라와 연계된 주행 중 무선 충전 기술은 기존 배터리 개발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배터리 기술자들이 주목해야 할 도로 연계형 주행충전 시스템의 개념과 저장장치 전략을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배터리 기술자들이 주목해야 할 이유
전기차 충전 기술이 정차 방식에서 주행 중 충전(In-Motion Charging, IMC) 방식으로 발전함에 따라, 배터리 기술의 설계 기준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IMC는 차량이 도로를 주행하면서 무선으로 실시간 충전을 받는 기술로, 전용 충전소에 정차할 필요 없이 주행 중에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되면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하지 않고도 장거리 주행이 가능해지므로, 배터리 자체의 용량보다 반응 속도, 내구성, 충·방전 효율, 열 제어 능력 등이 더 중요한 요소로 부상합니다. 즉, 기존에는 한 번의 충전으로 최대한 많은 거리를 주행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충전 속도와 반복 주기에서의 안정성이 배터리 성능의 핵심 지표가 됩니다. 특히 IMC 환경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고전력이 배터리에 유입되기 때문에, 셀 설계 단계부터 이러한 충전 특성에 적합한 구조와 소재가 고려되어야 하며, 열 발생을 빠르게 분산할 수 있는 냉각 시스템도 필수적입니다. 더불어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은 고속 제어, 실시간 통신, 도로 인프라 연동 기능 등 고도화된 기술이 요구됩니다. 결국 배터리 기술자는 셀의 에너지 밀도 향상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도로-저장시스템 간 통합을 고려한 설계를 수행해야 합니다. 충전 기술과 인프라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현재, 배터리 기술자들은 다학제적 사고와 시스템 수준의 이해를 갖춘 융합형 엔지니어로 거듭나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저장 시스템의 변화와 설계 방향
주행충전과 연계된 저장 시스템은 기존 방식과 완전히 다른 설계 패러다임을 요구합니다. 고정형 충전에서는 대용량 배터리로 모든 주행을 감당해야 하지만, 도로 기반 충전이 도입되면 소형, 고속 반응형 저장 시스템이 효율적입니다. 대표적으로 슈퍼커패시터(Super Capacitor)와 배터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슈퍼커패시터는 순간적인 에너지 충전·방출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주행 중 짧은 구간에서 수급되는 전력을 즉시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배터리와 병렬로 연결하면 전체 시스템의 반응성과 수명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도로 충전이 일정 구간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장 시스템은 수시로 충전-방전을 반복해야 하므로 충전 사이클에 강한 소재 및 구조가 필요합니다. 리튬인산철(LFP), 고체전해질(Solid-State) 기반 배터리는 이러한 환경에 적합한 후보군으로 꼽힙니다. 에너지 밀도 중심의 설계에서, 이제는 전력 흐름에 최적화된 분산 저장 시스템, 모듈형 배터리 구조, 에너지 흐름 예측 알고리즘 등으로 기술 트렌드가 이동 중입니다. 나아가 저장장치는 도로 데이터와 연계해 위치 기반 에너지 예측이 가능한 ‘스마트 저장 장치’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AI 기반의 BMS 기술 발전과도 맞물려, 저장과 관리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도로 연계 충전 기술의 현재와 미래
도로 연계형 충전 시스템은 크게 유도형 무선충전(Inductive), 접촉식 충전(Conductive), 전자기 유도 기반 자기공명 충전 방식 등으로 구분됩니다. 특히 유도형 무선충전 방식은 도로 바닥에 설치된 코일과 차량 하부의 수신기 사이의 전자기장을 통해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비접촉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충전이 가능합니다. 현재 스웨덴의 ‘eRoadArlanda’ 프로젝트, 이스라엘의 ‘Electreon’, 한국의 경기도 시범사업 등에서 도로 연계형 충전 기술이 실제 운용 중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도심 정체 구간이나 버스 전용차로, 물류 중심 노선 등에 효과적으로 적용되며, 정지 시간 없이 충전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배터리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도로와 저장 시스템 간 실시간 통신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RFID, V2I(Vehicle to Infrastructure) 기술을 활용한 동기화는 물론, 클라우드 기반 에너지 분산 제어 시스템이 연동되면서, ‘충전 가능한 도로’를 넘어 ‘에너지 순환형 도로’로 개념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이 기술이 자율주행, 스마트 시티, 재생에너지 시스템과 통합되어 도로 자체가 하나의 에너지 플랫폼이 되는 미래도 예상됩니다. 배터리 기술자들은 도로환경에 맞춘 내구성과 반응성, 고주파 간섭 대응 등을 고려하여 저장장치를 설계해야 하며, 차량 내외부의 충전 제어 기술까지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융합 역량이 요구됩니다.
도로 기반 주행충전 기술의 발전은 배터리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기술 전략과 사고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단순 저장 중심에서 벗어나 충전 반응성과 시스템 통합성에 중점을 둔 설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배터리 기술자라면, 지금 바로 저장장치의 역할과 설계 방향을 재정의할 때입니다.